대법원, ‘1세대 기준 판결’ 이전과 이후 현황(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아파트 분양 자격을 결정하는 '1세대' 기준에 대해 대법원이 13일 처음으로 판단을 내렸다. 주거와 생계를 실질적으로 함께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주민등록표상 동일 세대라는 이유만으로는 분양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대법, 정비사업 ‘1세대’ 개념 첫 판단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3월 27일, 경기 D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A씨 등이 제기한 수분양권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아내인 B씨와 정비구역 내 주택을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A씨의 동생 C씨는 같은 구역 내 별도 주택을 보유한 상태였다. 이들은 각기 다른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을 신청했지만, 조합은 B씨와 C씨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에 속한다는 이유로 하나의 주택만 분양하겠다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B씨는 해외 체류 중이었고, C씨는 국내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함께 거주하지 않았으며, 생활도 공유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질적인 생활은 따로 하고 있었으므로 동일 세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은 주민등록표상 세대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 “생활 실체 따져야”…형식주의 제동대
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고, 실질 판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세대’는 주거와 생계를 함께하는 생활단위를 의미하며, 주민등록표상 등재 여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어 “형식만 따를 경우, 주민등록상 세대만 인위적으로 나눠 이중 분양을 시도하는 위장 세대분리가 가능해진다”며 “분양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처분계획·심사 기준 전면 손질 불가피”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도시정비사업 현장의 기준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인근의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분양자격의 핵심이 문서가 아닌 실제 생활관계로 이동했다”며 “향후 입증책임과 판단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비업계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정비사업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 판결로 인해 기존 관리처분계획의 일부는 수정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지자체와 조합은 자격 심사 매뉴얼 전반을 실질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도시정비법, 재건축조합 정관 등 관련 규정에서 ‘1세대’ 정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내려진 최초의 대법원 해석이라는 점에서, 향후 입법·행정 지침 수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판결 #1세대기준 #정비사업분양 #위장세대분리 #관리처분계획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