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최근 우리 언론의 부동산 보도, 특히 서울 집값 보도가 어김없이 ‘정쟁 조장 프레임’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집권 10일 만에 집값을 올렸다는 느낌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기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이 갓 지났다. 새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다. 국정 운영의 윤곽도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라인이나 국토교통부 조직 개편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올렸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 "집권 10일 만에 집값 올랐다?"…민망한 '부동산 정쟁 도구화'
최근 보도 제목들을 보면 논리 비약이 심각하다. "서울 집값도 이재명 랠리?", "불붙은 서울 집값…부동산도 이재명 랠리", "정부 출범 앞두고 집값 폭등" 등은 새 정권이 집값 상승의 원인인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었다. 반등의 기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조치였다. 그 여파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거래량과 호가가 상승했다. 규제가 복원된 이후에도 상승 흐름은 계속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정 아래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집값 상승세를 새 정부 탓으로 돌리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른 왜곡된 인식이다. 편향된 보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정치적 편파성 물든 집값 보도…폐해 심각
윤석열 정부 시절 집값이 오를 때 언론은 주로 수급 불균형, 금리 변화, 경기 회복 등 구조적 요인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언론의 태도는 돌변한다. 원인 분석 없이 정권 탓을 하고, 감정적인 단죄 프레임을 들이댄다.
이런 현상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 그리고 2025년 이재명 정부까지. 진보정권 출범 때마다 일부 언론은 집값과 정권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프레임을 반복해왔다. 이는 언론의 공익성과 객관성을 훼손한다. 언론 스스로를 정치 도구로 전락시키는 퇴행적 행태다.
집값은 공급, 수요, 금리, 유동성, 세제, 심리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시점과 단순 연동시키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정파적 보도는 국민의 인식을 왜곡하고, 정책 설계에 혼선을 초래한다. 사회 갈등과 정치 불신을 키운다. 정책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시장 안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
지금은 복합미디어 시대다. 다양한 SNS와 대안 미디어가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여전히 ‘집값 정쟁화 놀이’를 반복한다.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정보를 정치 도구화해온 행태는 멈춰야 한다. 스스로 끊지못하면 언론은 국민과 독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 '아파트 타령' 멈추고…도시·주거·부동산 본질 정보 다뤄야
도시·주택·부동산 전문 매체 하우징포스트는 지난 대선 기간 중 ‘K-도시주택 대혁신’ 시리즈를 통해 세 가지 방향, 즉 정파 아닌 구조적 분석 기반의 주택정책, 공급 일변도에서 주거복지 중심 전환, 민간시장 개입 축소 및 공공임대 확대 집중 등을 제시했다.
첫째, 주택정책은 정파가 아니라 구조적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둘째,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민간시장 개입을 줄이고 공공임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안했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이미 과거와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택보급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고, 신도시 개발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도심 공동화, 노후 도심 재생, 인구 고령화, 기후·에너지 위기, 스마트시티 전환, 교통 혁신 등의 거대한 복합 과제가 산적했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과 정치권은 여전히 "수십만 가구 아파트 공급"만을 반복한다.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 정부·시장·언론…“각자 제자리 찾기” 시급
앞으로의 국토·도시·주거 정책은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시장 자율성(가격·공급·거래)을 보장하되, 사회 불안 요인에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개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거둔 재정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과 주거복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부동산시장 참여자(수요자·투자자·기업)는 자유로운 시장 활동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산증식이 있을 경우, 납세 책임 이행은 필수다. 언론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파적 편향 보도 관행을 멈춰야 한다. 시장 흐름과 정책 분석 정보를 공정하게 가공·전달해야 한다.
정책과 시장을 좌우하는 정보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다. 언론이 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남용하면, 국민은 그 신뢰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국민 주거 안정과 21세기에 맞는 'K-도시·주거'가 정착하기를 바란다면, 언론들은 '부동산 정보의 정파적 도구화·정쟁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