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공인중개사 개업자 및 시험 응시자 수(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올해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자 수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천명대에 머물렀다.
장기화된 부동산 불황과 중개시장 포화, 거래 절벽이 겹치면서 진입 문턱은 높아지고, 폐업마저 쉽지 않은 ‘이중고’ 현상이 뚜렷해졌다. 올해 들어 문을 연 공인중개사무소 수가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 이후 1~2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2천명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1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개업자는 871명, 2월 925명으로, 총 1천796명이 개업했다. 1~2월 합산 기준으로 1천명대 진입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초는 전통적으로 개업이 집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개업 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3~4천명 유지하던 개업자 수, 2년 새 반토막
최근 10년간 12월 개업자는 대부분 3천~4천명대를 유지해왔다. 2016년 3천844명, 2017년 4천486명, 2018년 4천260명, 2019년 3천353명, 2020년 3천972명 등이다. 2021년에는 3천306명, 2022년에도 3천473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3년 2천496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는 2천8명, 올해는 1천796명으로 낮아졌다. 중개사 신규 진입 추세가 해를 거듭할수록 뚜렷하게 꺾이고 있다.
◆권리금 회수도 어려워…사무소 ‘매물’만 2천5백건
현재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무소 수도 줄고 있다. 전국 개업 중개사무소는 2023년 2월 11만7천923곳에서 올해 2월 11만1천756곳으로 줄었다. 매월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문을 여는 것도 힘들지만, 닫는 일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폐업을 고려해도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협회 홈페이지의 ‘사무소 매매’ 코너에는 현재 약 2천500건의 매물이 등록돼 있다.
◆시험 응시자 수도 8년 만에 최저
중개업계 진입의 첫 관문인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 역시 줄고 있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는 15만4천669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시자가 2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협회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신규 인력 진입과 기존 종사자 이탈로 동시에 이어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협회 “정책 없이는 회복 어려워…감소세 지속될 것”
공인중개사 시장은 주택 거래량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매·전세 거래 모두 위축되면서 회복 국면조차 포착되지 않고 있다.
협회는 “정부 차원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없다면 중개업 신규 개업 감소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자격증은 땄지만 개업하지 않는 ‘면허보유 대기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구조적 정체를 우려했다.